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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언어는 암시성을 강하게 장치해야 한다...
2016년 07월 25일 19시 39분  조회:4029  추천:0  작성자: 죽림

[16강] 시의 언어가 갖는 특성.2 

강사/김영천 


3)언어의 암시성. 

먼저 말씀드린 것은 여기에 나타난 분류는 조태일님의 
분류이지, 문학적으로 확립된 학문이 아니니 구태여 
차례대로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가벼운 지식으로만 알고 계시면 되겠습니다. 

암시의 의미는 우선 사전적으로 보면, 의미하는 것을 
직접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 감추어서 넌즈시 
보여주는 것으로 앞의 언어의 함축성과 어떻게 보면 
넓은 의미로는 같은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배울 시의 장치 중에 비유, 상징, 
역설, 아이러니, 알레고리 등도 다 이런 언어의 
암시성을 깔고 있습니다. 
요즘 강의 중에 여기 올라온 시들이 
좀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 건 아주 
당연한 겁니다. 왜냐하면 암시성이 강한 시들이 
주로 올라와 있거든요. 

그래서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애를 쓰시는데, 이 것 역시 말뜻이 명쾌하게 드러나는 
일상언어의 쓰임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랍니다. 

옛날 이야기 하나 할까요? 
옛날 중국에서 한 스승이 세 명의 제자들을 두고 그림 
그리는 것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몇 년 동안 열심히 
배운 제자들을 불러놓고 하루는 그 재능을 살펴보기 
위해 '깊은 산 속에 숨은 절'이라는 제목을 주고 그림을 
그리도록 하였습니다. 

첫 번째 제자는 종이 한 가운데 절의 전체적인 모습이 
번듯하게 들어 있는 그림을 그리고 그 주위 둘레에 
기암절벽을 그리어 넣었습니다. 
두 번째 제자는 절의 한 쪽 부분만을 보이게 하고 주위 
에는 기복이 있는 푸른 산봉우리들이 서로 덮여 있는 
모습을 그리고요. 

세 번째 제자는 그럼 어떻게 그렸을 것 같은가요? 
그는 산길 사이에 나 있는 돌 층계 몇 개, 그리고 그 
앞을 흐르는 계곡에서 물을 긷는 스님의 모습을 그렸습 
니다. 
여러분 누가 제일 그 제목에 합당하게 잘 그렸습니까? 
셋 다 제목에는 합당하지만, 세 번째 그림이 제일 
잘 그려졌다고 스승이 말했는데 그 이유는 숨기는데 중 
점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경물을 숨기면 경계가 더 커지고, 경물을 드러내면 
경계가 작아진다는 그 스승의 가르침은 두고라도 
우리도 똑 같은 결론을 내렸잖아요. 시에서도 마찬가지로 
시의 언어가 지닌 암시성에 의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경물) 저 편에 있는 정신적인 세계, 불가사의 
세계까지도 담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시 한편 읽고 계속하지요.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김수영님의 <눈> 전문입니다. 

도대체 이 게 무슨 시인가. 여기서 눈이 가르키는 것은 무엇 
인가? 기침은 또 뭣을 암시하는가? 
실로 막연합니다. 다만 계속 눈을 말하는 것으로 보아 
이 눈은 아마도, 시인이 추구하는 정신적인 순결, 순수 등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어둡고 혼탁한 시대에 그 것과 
대결하는 시인의 양심, 정의, 진실 등을 암시하고 있을 수도 
있읍니다. 

그러면 기침은 무엇일까요. 
기침은 생리적으로 몸 속에서 터져나오는 현상이며, 참기 
어려운 것이지요. 또 참아내지 못하고 반드시 밖으로 표출 
해야하는 성질을 가졌지요. 
기침과 가래는 병적인 것이며 괴로움이며, 탁함인 것으로 
볼 때 눈으로 표상되고 있는 시인의 순수함, 순결함, 진실함, 
정직과 양심을 더럽히고 타락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시인은 기침을 함으로서 밤새도록 괴롭게 만든 가래를 뱉어 
내어 자신의 순결한 영혼과 육체를 되찾고 또 그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의 추악함과 불의를 말끔히 씻어내고 싶은 열망을 
직접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넌지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해도 어려운 대목이 있을 것입니다. 
우린 이렇게까지 시를 쓸 필요는 없습니다. 너무 어려우면 
여기서 그만 읽은 것으로 잊어버리십시오. 
그러나 오래 오래 후에 여러분께서 시를 자유자재로 쓰실 
수 있을 때 다시 읽어보시면, 그 때에 아마 소용이 닿을 
것입니다. 


여기 오늘 주제와는 관계없지만 좋은 시 읽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신경림님의 <목계장터>입니다.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 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지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여기서 시인의 이야기를 잠시 듣지요. 

"목계는 내가 나서 자란 고장에서 이십여 리 떨어져 있는 
강마을이다. 지금은 우체국과 교회가 있고, 수석가게와 매 
운탕집이 여럿 있는 남한강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강마을에 지나지 않지만, 

옛날에는 이곳이 남한강 수운(水運)의 중심으로, 
여기에서 큰 갯벌장이 섰다. 
갯벌 장이란 닷새에 한번씩 서는 정기장이 아니라 
배가 들어오면 서는 부정기 장이다.(중략) 

물론 나는 목계 갯벌장이나 줄다리기를 본 일이 없고. 
모두 얘기로만 들었을 뿐이다.(중략) 
목계의 독특한 정서, 목계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내 
감정을 시로 표현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주 
오래다. 실제로 나는 <목계장터>를 쓰기 전에 두 번이나 
비슷한 소재로 시를 써서 발표까지 했었다. 

그러나 두 편이 다 발표되고 보니 
너무 마음에 안 차 없애버리고 
마침내 세 번까지 쓰게 된 것이 이 시다. <목계장터>는 
내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 중의 하나다." 

여기서 우린 시의 씨앗이란 마음 속에 늘 그리움으로 
자리한 모든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요. 이런 
대 시인들도 시를 발표하고, 바꾸고 또 발표하고 바꾸 
는 등 좋은 시가 될 때까지 부단한 시의 고침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엔 나도 쓸 수 있겠다 하는 간단한 시 한 편 읽어볼까요? 
여러분들 마음에도 늘 가지고 있어도 쓰는 연습이 되지 
않아 놓치고 마는 시의 씨앗들이 너무나 많을 것입니다. 
정현종님의 <마른 나뭇잎>을 읽어 보지요 



마른 나뭇잎을 본다. 

살아서, 사람이 어떻게 
마른 나뭇잎처럼 깨끗할 수 있으랴. 

아주 짧은 2연, 3행의 시입니다. 
잠깐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지요 


"늦가을이나 겨울, 내 일터의 뒷산을 걸어다니다가, 
땅에 떨어져 쌓여 있는 마른 잎에 유심히 눈길이 간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마른 잎이 내 눈길을 끈 까닭은 다름 아니라 그게 아주 
깨끗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마른 잎을 보면서 나는, 참 
깨끗하구나........하는 생각에 잠겼고, 아울러 살아 
있는 사람은 저렇게 깨끗할 수 없지.........하는 생각에 
잠겼다. 

그런 생각에는 나한테, 또는 우리한테 있을지도 모르는 
더러움에 대한 관용의 뜻도 들어있겠지만, 그보다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건 어느 정도 더러워지는 
걸 감수하는 것이라는 그 더러워짐의 불가피성(여기에는 
나의 나에 대한 느낌, 남의 나에 대한 느낌, 나의 남에 
대한 느낌 따위가 얽혀 있는 것이지만)에 대한 느낌이 
들어 있는 한편 거의 무의식적인 자기반성 행위가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략) 

어떻든 마른 나뭇잎으로 돌아가서, 사람도 죽으면 더 
이상 더럽혀지지 않는다. 죽는다는 건 욕망이 끝난다는 
걸 뜻하며, 생전을 포함해서 보더라도 죽음은 결정적인 
정화(淨化)를 위한 통과 의례이다. 
물론 살아 있는 한 완전히 깨끗할 수 없다는 얘기는 이 
세상의 명백한 악을 합리화하거나 용인하자는 게 아니다. 

가령 요새 돈에 얽힌 우리의 정치적 사회적 비리나 타락 
과 같은 정도의 것이라면 누군들 탄식을 하지 않을 것 
인가...... 
그리고 마른 잎과 관련해서 또 좀 다른 얘기를 하자면. 
< 마름>과 <젖음>의 철학이라고 할까 하는 것에 대한 생 
각도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없다. 

물론 수도사나 성직자 를 위한 
가르침이라는 성격을 염두에 두어야겠지만, 
불교나 기독교(가령 십자가의 요한이라는 성인)에서 강조 
하는 <바짝 마름>이라든지 <마른 막대기 같아야 한다> 
하는 얘기도 생각해 볼만한 것인데, 이건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둔다. 종교적인 얘기여서 시하고는 크게 상관있는 
것 같지 않지만 시 쓰기의 어느 대목하고 아주 상관이 
없는 것도 아닌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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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이경례(1962∼)

접동길 산 번지에 때죽나무 칵테일바,
쏙쏙 입점하였네 느티나무 상호야
느티나무 독서실 느티나무 식당
느티나무 슈퍼, 나무에
잎사귀 달리듯 하지만

바람의 기척에도 철렁,
가슴 쓸어내리는 꽃숭어리 잔들이
물구나무서기로 매달린
때죽나무 스탠드바에 앉아
이국 향기 물씬한 칵테일, 치치,
바랄라이카, 모스코 뮬을 거푸
마시는 오후

가장 향기로운 한때를 채웠다
비운 잔들의, 하얀 꽃무덤


때죽나무들 저마다 향기로운 꽃 피워 올린 풍경을 ‘접동길 산 번지에 때죽나무 칵테일바, 쏙쏙 입점하였네’란다. 도시 사람다운 표현이다. 바람이 살랑 불어 나뭇가지마다 조롱조롱 매달린 칵테일 잔 모양의 꽃송이들 흔들리고, 물씬한 꽃향기에 화자는 어질어질 취한다. 눈으로도 취하고 코로도 취한다. ‘때죽나무 스탠드바에 앉아 이국 향기 물씬한 칵테일, 치치, 바랄라이카, 모스코 뮬을 거푸 마시는 오후’라니 발상이 순진하고 사랑스럽다. 꽃송이 하나하나가 이국풍 칵테일이 담긴 잔이다. 눈으로도 마시고 코로도 마시고, 그렇게 ‘채웠다 비운 잔들의, 하얀 꽃무덤’이란다. 때죽나무 꽃 흐드러지게 피어, 한 꽃송이 두 꽃송이 바람에 져 발치에도 쌓이는, ‘가장 향기로운 한때!’
 

 

나도 이렇게 흐드러지게 꽃핀 때죽나무 밑에 가서 앉아 있고 싶다. 머리 좀 쓰지 말고, 타인의 속도 들여다보지 말고, 돈 걱정도 잠시 잊고, 마냥 꽃향기에 취하고 싶다. 정서를 좀 회복하고 싶다. 나이가 들면 생각도 감정도 근본만 남는 것 같다. 강파르게, 뼈만 남는 것 같다. 몸이나 좀 그러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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